한창 만화창작 동아리 활동에 빠져있을 때, 선배가 '그림 실력이 늘고 싶으면 배경까지 그리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못 그리더라도 배경까지 완성하면 점차 실력이 좋아진다고 하셨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기초가 없는 내게는 너무 막연한 일이었다.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의 스피드페인팅 강좌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되었고, 그러기에 항상 배경 그리기를 꺼려했으며 실력도 당연히 늘지 않았었다. 연습해보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니까 연습할 수 없었던 그런 상황이었다. 배경그리기 작법서도 수 권 보았으나, 밥아저씨와 같은 '참 쉽죠?' 스타일의, 중간과정이 심하게 생략된 작법서뿐이라 큰 도움을 얻지 못했었다.
하지만, 우연히 소개받은 이 책은 다른 작법서와는 달랐다. 실력은 밥아저씨가 맞지만, 과정까지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며 꿀팁을 이곳저곳 메모해놓은 벌집(!)과도 같았다. 클립스튜디오, 캐릭터를 살리는 배경그리기 노하우, 이 책은 배경그리기에 자신 없는 사람들, 클립스튜디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은 사람들,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의 배경그리기 노하우를 전수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작법서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 일단 책 표지부터 마음에 꼭 드는 채색 기법의 일러스트라서.. 마치 거리에 스친 이성을 보고 노후계획까지 다 짜놓은 것처럼 '아 이거다' 싶었다.
이 책의 리뷰어들이 다들 상당한 실력가던데, 나처럼 그림 초보의 입장에서 쓰는 작법서 리뷰도 있어야할 것 같아서 용기내서 글을 업로드해 봄.. 초보에게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ㅋㅋ
정말 좋다고 느낀게, 책에 나오는 모든 예제 그림들을 그리는데 사용한 브러쉬 24종을 특전으로 제공해준다! "똑같이 해봤는데 다르잖아" 같은 변명은 못함. ㅋㅋ 일반 브러쉬, 블러, 특수효과 브러쉬, 퍼스자 등이 포함되어 있고, 하나하나 다 직접 써봤는데, 하나도 빠트릴게 없이 주옥같은 브러쉬들이었다. 대부분 면채색에 관련된 브러쉬지만 경우에 따라서 셀식 채색에 응용이 가능하다.
그동안은 클립스튜디오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pencil을 사용해오다가 S-oil 펜을 사용해보았는데 와 이거 물건이다.... 장인은 도구탓을 하지않지만 나는 장인이 아니라서 도구라도 좋은걸 써야하는데, 도구 하나 바꾸었다고 그림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와우... 그토록 원했던 면채색에 반의 반 발자국 더 다가갔음을 느꼈다. 나는 분명 배경 그리기 노하우 책을 읽고 있는데 캐릭터 그리기 노하우도 함께 전수 받는 이 느낌은..?
작업 시간이 10시간밖에 안걸린다고,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책에는 6장의 과정사진이 담겨있지만, 영진닷컴 홈페이지에서 추가로 제공하는 자료를 받으면 수십장의 과정사진이 들어있다. 정말 과정 하나하나를 직접 볼 수 있고, 레이어가 담긴 PSD도 함께 있어서 레이어 효과라던지 디테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은 밥아저씨와 같은 "하나 둘, 뿅! 참 쉽죠?" 같은 스타일의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ㅋㅋ
총 8개의 예제가 있는데, 1점투시부터 3점투시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도입부엔 항상 투시법에 관한 설명이 들어있다. 투시도법에 대해 들어만 보고 투시도법을 적용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퍼스자도 특전으로 제공한다! 초보가 항상 쩔쩔매는 마의 투시도법... 당장 내 그림만 봐도 알겠지만 98%의 그림이 1점 투시인데.. 책에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된 예제를 모작하면서 다른 투시도법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에 소개된 꿀팁들 중에 헉 전문가가 이런 방법을 쓴다고? 라고 느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정보량을 늘리기 위한 사진합성'이었다. 사진 합성 예제에서 보면, 예제1에 그렸던 비 갠 뒤의 소녀 일러스트를 숲 일러스트에 합성해서 숲의 깊이감을 살리는 묘술을 부리는데!!! 정말 상상도 못했던 방법이었다. 물론 아무 사진이나 합성하는 건 아니고,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는 사진을 써야하고 (저작권도 주의) 이후 가공도 필요하긴 한데, 일단 궁금하니까 해보자....
이게 과연 될까.. 싶어서 예전에 그렸던 그림에 직접 찍은 치킨사진을 제시해 준 방법대로 합성해보았는데,
ㅋㅋㅋㅋㅋㅋ 헐!! 책에서 나온 대로는 이후에 디테일한 부분을 좀 더 다듬어아햐는데, 일단 합성한 것 만으로도 그림의 느낌이 확 달라졌다. 치킨의 바삭바삭한 튀김옷이 숲안개가 되어버렸고.. 이전보다 숲의 몽환적인 느낌이 더욱 살아났다. 약간 산만한 느낌은 선택과 집중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이 외에도 초원 그리기, 구름 그리기, 소품 그리기 등등 배경을 그리는 토막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브러쉬 종류와 설정부터 해서 선 긋는 방법, 레이어 처리, 보정 마무리까지 스텝 바이 스텝을 자세하게 알려주어서 따라하는데 비교적 수월했다. 그동안 보았던 불친절한 다른 작법서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를정도로 친절한 작법서이다..
이 책의 커버 일러스트인 바닷가 풍경 일러스트를 그리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는데, 바닷가를 그릴 때에는 어느 부분을 신경써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다. 위의 인덱스를 보아도 하나의 일러스트를 소개하는데 34개 이상의 인덱스가 사용될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준다.
책을 보고, 다시 이전 그림들을 보니, 그동안 느꼈던 어색함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었다. 배경을 그려놓았지만 항상 느껴지는 단조로움 때문에 답답했었는데. 당장 위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진한 모래색부터 놓쳤죠.. 반투명하게 모래가 비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서서히 수심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저멀리 있는 바닷물들을 떼어다가 모래사장에 붙힌 느낌이고. 배경이 깊이감이 없음은 물론이고 단순한 색 구성이다. 이와에도 너무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하면 마음이 아파서 여기서 생략... ㅠ.ㅠ
1 문제점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 > 2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는 단계 > 3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해결법은 모르는 단계 > 4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단계.
이렇게 4단계의 문제해결능력 단계가 있다면, 지금 나는 3.25 단계정도 되겠다. ㅋㅋ
물론 책 한권 봤다고 갑자기 지렁이가 용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일단 1회독하면서 벌써 이만큼이라도 챙겼다는 사실이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초심자에게도 도움되는 작법서이지만, 어느정도 실력이 갖춰진 중급자 이상에게는 훨씬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피부에 와닿는, 도움이 많이 되는 작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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